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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차리 & 미사카 미코토
Writter. 서담
01.
[학원도시 제 7 학구 토키와다이, 배움의 화원 바깥 기숙사 208호, 미사카 미코토 귀하.]
허리를 굽혀 떡하니 기숙사 건물 앞에 놓인 커다란 상자를 내려다보던 미코토가 만족스럽게 웃는다. ‘찾았다.’ 미코토는 팔을 위로 들어 쭉 기지개를 켠다.
‘생일 이틀 전부터 설레발을 치는 스토커 놈의 잘나신 얼굴이라도 한번 봐볼까.’
02.
“언니, 계속 그것만 보고 계시네요. 게코타가 그렇게 좋으신가요?”
“응…….”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쿠로코의 눈빛은 미코토의 옆얼굴을 쿡쿡 찌른다. 미코토는 묘하게 익숙한 시선에 무심코 대답을 흘렸다가, 이내 퍼뜩 정신을 차리곤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누군지 신경 쓰이니까.”
“무엇이 말씀이셔요?”
“생일이 되기 이틀 전부터 보란 듯이 게코타 선물을 보낸다니. 이상하잖아.”
영 찜찜하다는 얼굴로, 미코토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놓은 게코타 인형 옷 M 사이즈와 한정판 특대 게코타 봉제 인형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품 안에는 저번 주에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랍시고 산 중간 사이즈의 게코타 봉제 인형이 안겨있다. 쿠로코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 꼬락서니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능력으로 탐지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잖아요. 게다가 오자마자 빠른 세탁을 맡기기도 했으니, 설령 어느 유인원이 보냈다고 하더라도 더러운 건 더이상 없을 거여요.”
게코타 파자마에 게코타 봉제 인형, 옆에 놓인 것은 특대 사이즈의 킬곰. 심지어 그 앞에 놓은 것은 새로이 컬렉션에 추가된 게코타 인형 옷과 한정판 특대 사이즈의 게코타.
빠르게 미코토의 침대 위를 눈을 훑어낸 쿠로코가 털썩, 맞은 편의 침대에 걸터앉는다. 미코토는 찌푸린 얼굴로 흘끗 쿠로코를 돌아봤다가, 방금 씻은 덕에 보송한 뺨을 인형에 비비작거리며 말했다.
“게코타라기에 호카제 씨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고.”
“호카제 씨가 아니었나요?”
“응. 슬쩍 떠봤더니, 호카제 씨는 아예 걱정스런 낯을 하던걸. ‘미사카님의 선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제때 드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요. 혹시 날이 지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하고.”
“그럼 언니의 팬들이겠죠. 그 애들이라면 언니가 좋아하는 것 정도는 전부 알고 있을 거랍니다.”
“윽.”
끔찍하다는 듯이 한 차례 몸을 떨곤, 미코토는 이어서 말한다.
“하지만 발송인 표시가 없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언니께 조금이라도 기억되고 싶어하는 애들이니.”
쿠로코는 팔짱을 낀 채로 음, 으음, 하고 고개를 돌린다. “아!” 이내 그렇게 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마치 좋은 생각이 난 사람처럼. 성큼성큼 다가온 쿠로코가 방긋 웃는 얼굴로 인형옷과 봉제인형에 양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찜찜하시면, 이 쿠로코가 책임지고 가져다 버리겠어요! 맡겨만 주세요, 미코토 언니!”
03.
‘아, 무슨 골목을 저렇게 잘 알아! 저지먼트인거냐고!’
조바심보다는 짜증에 파직파직하고 푸른 번갯불이 튀었다. 새벽 동이 튼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아직 어둑한 곳이 군데군데 있는 골목, 그 사이를 솜씨 좋게 비집고 들어가는 몸짓은 하루 이틀에 쌓인 것이 아니다. 그냥 이 주변을 잘 아는 사람일 거라고 믿고는 싶지만, 자신을 스토킹하느라 쌓인 내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코토의 등줄기를 훑었다.
‘진짜 변태인가? 배짱도 좋지. 감히 나를?’
미코토보다 한참 앞에서 달리던 남자가 갑작스럽게 속도를 높여 큰 길가로 꺾어나간다. 미코토는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머릿속에 반짝 떠오른 식을 빠르게 연산했다. 푸른 전기는 파지직, 소리를 내며 얄상한 다리를 감싼다. 아까보다 더 빠르게 물체가 시야 너머로 스쳐 지나가고, 시야는 금세 밝은 대로의 불빛으로 물든다.
“아!”
그리고 다시 새카맣게.
달리는 속도가 빨랐던 만큼, 가벼운 몸은 뒤로 나동그라졌다. 상대방도 반동을 그대로 받은 모양인지, 엉덩방아를 찧고서 으으, 하는 신음을 흘린다. 미코토는 찔끔 난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내고 엉덩이를 쓱쓱 문질렀다.
“미사카 씨?”
“…아, 우나바라.”
눈을 깜빡이던 미코토가 먼저 일어선 우나바라 미츠키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괜찮으세요?” 예의 그 상큼한 낯으로 우나바라는 미코토에게 손을 쭉 뻗어 내민다. 미코토는 제 앞에 내밀어진 손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예의상 웃으며 잡았다. 우나바라는 조금도 힘겨운 기색 없이 잡은 손을 끌어당겨 미코토를 일으켜 세운다.
“이 새벽부터 무슨 일이세요? 급해 보이시던걸요.”
“스토커를 잡느라……. 그나저나 우나바라, 이 근방에서 모자 눌러쓰고 달려가는 남자 못 봤어?”
“모자요? 아, 이 모자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어디서 주웠어?”
우나바라의 손에 들린 새카만 캡모자를 받아든 미코토가 모자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급하게 땀을 닦아낸 것처럼, 애매하게 축축한 손바닥. 뜬금없이 새벽에 자신의 기숙사 주변도 아닌 곳을 돌아다니는 우나바라. 도망가던 스토커의 모자를 가지고 있는 우나바라. 미코토는 문득 지난 여름에 우나바라 미츠키의 모습을 사칭했던 마술사를 떠올렸다.
“너, 우나바라가 아니구나.”
떨어지던 철근, 당장 깔릴 것처럼 보이기에 그래도 살려는 줘야겠지 않겠느냐고 급하게 움직이지 못할 만큼만 가볍게 깔리게끔 틀었던 방향. 그 아래 깔려선 멋대로 타인에게 자신을 부탁하던. 자신을 좋아한다던, 스토커.
미코토는 마치 오래전처럼 느껴지는 기억을 끄집어내다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었다. 이 놈, 잡았다. 그 녀석이라면 분명 우나바라를 사칭한 마술사의 정체를 알 테니, 가볍게 기절만 시켜서 당장 그 허름한 기숙사로 쫓아들어가야겠다고. 미코토는 생각하며 손에 들린 모자를 가볍게 돌린다.
“작년에 우나바라를 사칭했던 그 마술사잖아. 그치?”
미코토의 앞머리에서 푸른 전격이 파직파직, 위협적인 소리를 낸다. 마술사는, 그러니까 에차리는 멍하니 눈을 끔뻑거리다가 급하게 몸을 틀어 달리기 시작한다. 미코토는 익숙하게 다리에 전기를 감싸고 바닥을 가볍게 박찼다.
“누가 놓칠 줄 알고!”
쾅, 하는 소리를 내면서 직선의 희푸른 전기는 에차리가 딛고 있던 바닥을 부순다. 싸움이 익숙한 사람처럼 재빠르게 공격을 피한 에차리가 방향을 틀어 또다시 골목길로 들어간다. “귀찮게 구네, 진짜!” 신경질과 함께 뻗어져 나간 전격이 다시 한번 에차리의 발밑을 무너트리고, 중심을 잃은 에차리가 휘청거리며 급하게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마술사, 스토커. 뭐라고 불러주기를 바라?”
다가가면 안 돼. 본능은 그렇게 속삭인다. 미코토는 쫓아가던 것을 멈추고, 에차리로부터 거리를 유지한 채로 사납게 웃었다. 에차리는 품 안에서 뗀석기를 닮은 새카만 무기를 꺼낸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을 살피더니 번쩍 팔을 들었다. 그리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욱. 이게 뭐야!”
골목길 한복판을 몽땅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미친 거 아니야?’ 그 생각 하나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미코토는 한숨을 푹 내쉰다. 돌무더기가 쌓인 곳의 건너편에는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조금도 없다. 진즉 도망가고도 남았겠지. 소리 파장이 살갗에 닿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가까이에는 없을 거라고.
미코토는 눈을 감고 익숙하게 주위로 전자파를 펼친다. 골목을 중심으로 펼쳐진 상가 안에 있는 사람들이 폭발에 우왕좌왕하는 움직임부터, 대로를 걸어가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골목으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는 것까지 전부 머릿속에 훤하다. 미코토는 조금 더 범위를 넓혔다. 7분 거리의 골목길에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실루엣만 보자면 우나바라 미츠키와 정확히 동일한.
미코토는 바닥에 깔려있을 수도관과 다리 사이에 같은 극의 자기장을 펼쳤다. 몸은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에 뜨고, 미코토는 방해되는 시야를 차단하기 위해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에차리는 겨우 숨을 다 고른 모양인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앞을 바라본다. 후우, 하고 마지막으로 날숨을 길게 내뱉으며.
“잡았다.”
발걸음을 내딛으려던 에차리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에차리의 뒷쪽에서 붙잡을 생각으로 서있던 미코토가 재빠르게 쓰러진 에차리의 등에 올라탔다. 에차리의 등쭉지에 닿은 미코토의 두 손에서는 백청색의 전기가 파직파직, 하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슬금슬금 에차리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조금의 반항이 있던 것도 잠시, 곧 잠잠해진 에차리의 얼굴에 손을 뻗은 미코토가 거침없이 얼굴 가죽을 벗겨낸다. 지이익, 소리를 내며 벗겨진 쭈글쭈글한 가죽을 바닥에 내던진 미코토가 물었다.
“그래서. 네가 이틀 전부터 선물을 두고 간 사람이지?”
“…….”
“대답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거야.”
에차리의 머리를 잡고서 조금 더 강하게 전류를 흘려보낸다. 바닥에 널브러진 에차리의 손가락이 흠칫흠칫 떨렸다. 그런데도 입을 벌릴 생각을 하지 않는 에차리를, 기가 천다는 듯이 내려다보던 미코토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발송인이 적혀있지 않은 것들은 전부 버리니까. 뭐, 됐어. 네가 대답하지 않겠다면, 발송인 불명인 그건 전부 쓰레기통 신세가 되겠네.”
“…제가.”
분명 전기로 마비가 되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에차리는 꾸역꾸역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새벽부터 감시하느라 창문 너머로 봤던 새카만 피부,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얼굴. 어쩐지 붉은색을 띤 에차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 더듬더듬 말했다.
“제가 보냈습니다.”
“왜?”
“생일, 이시잖아요.”
에차리는 우물우물 대답한다.
“그런 건 직접 말하라고.”
“하지만, 미사카 양께 저는 안면도 없는 사람이니까…….”
“잘 알고 있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 미코토가 에차리의 등에서 내려와 몸을 일으켜 세웠다.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상체를 일으켜 세운 에차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코토가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당신이 한 짓이 스토킹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 “그건…….” “됐어.” 웅얼거리며 말을 이으려는 에차리의 말을 단호하게 끊은 미코토가 새벽부터 능력을 둘렀던 탓에 찌뿌둥한 몸을 쭉 편다.
“이제 아는 사이니까 직접 말하도록 해. 앞으로는 쫓아다니지도 말고.”
에차리는 가만히 눈을 깜빡거린다.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편 미코토를 멀거니 올려다보다가, 뺨을 발갛게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일 축하드려요, 미사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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